오브니
Oveny
공방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망원동의 한 골목에 빵집이 하나 생겼다. 건물 외벽에 커다랗게 ‘빵’이라고 쓰여 있는 이곳은 이름도 귀여운 오브니다. 맞다. ‘오븐’에서 딴 이름이다. 그래서일까. 가게 전체가 오븐처럼 느껴진다.
오브니의 황동현 대표의 어렸을 적 꿈은 엔지니어였다. 실제로 기계공학과를 나와 대기업의 엔지니어로 일했다. 그랬던 그가 빵집 주인이라니, 놀랍다. “기계를 만드는 거나 음식을 만드는 거나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나사와 볼트가 모여서 기계를 움직이거든요. 그냥은 먹을 수 없는 밀가루와 버터를 적절하게 배합하면 맛있는 빵이 되고, 만드는 법에 따라 다양하게 만들 수 있잖아요. 그 과정이 재미있고 제가 만든 빵을 맛있게 먹는 분들을 보면 보람을 느껴요.”
빵집 주인이 되기로 결심하고, 황대표는 블로그의 레시피를 따라하며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6개월쯤 독학으로 빵을 만들다 제대로 배우고 싶은 생각에 동네 요리학원을 다니며 제과제빵 자격증을 땄다. “맛은 있는데 굳이 제가 만든 빵을 돈 주고 사먹겠나 싶은 거예요. 이 정도 빵은 어디에도 있으니까요.” 고민을 하던 찰나 르 꼬르동 블루를 알게 되었고 40년 경력의 알랭 셰프 밑에서 프랑스 빵을 배우게 됐다.
“사실 제가 빵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웃음).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빵은 다 맛있을 텐데, 저처럼 빵을 안 좋아하는 사람 입에도 맛있는 빵이라면 다른 사람들 입에도 맞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는 황대표. 이곳의 작은 쇼케이스에는 열 개 남짓의 빵이 있는데, 빵을 좋아하지 않는 황대표도 맛있다고 자평하는 빵들이다. “종류를 무한정 늘릴 수 없어서 제 입맛에 맞는 빵, 제가 만들고 싶은 빵을 만드는데 메뉴가 수시로 바뀌죠. 그래서 찾아오는 손님들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 중에는 그 달에만 만드는 빵도 있다. “12월에는 뺑오떼를 선보였는데 이건 반응이 좋아서 지금까지 살아 남아 있어요. 조금은 낯선 메뉴인데도 소소하게 인기가 많죠.” 빵을 좋아하지 않는 황대표와 오브니를 찾는 손님들에게 선택받은 빵들이니, ‘초짜’ 셰프가 만든 빵이라고 무시하지 말자. 황동현 대표는 경력이 짧은 것이 오히려 장점이 되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저는 꼼수라는 걸 몰라요. 이런 재료, 저런 재료 다 써봤다면 조금 저렴한 걸 쓸 텐데 모르니까 배운 대로 제일 좋은 재료를 쓰거든요. 빵 만드는 법도 마찬가지예요. 정석대로 만들죠. 제가 손님이면 여기만 올 것 같아요. 좋은 재료로 제대로 만드니까요.”
최근 오브니는 음료 메뉴를 추가했다. 빵과 어울리는 음료들이다. “얼그레이 맛이 느껴지는 뺑오떼는 우유와 잘 어울려요. 홍차와 먹어도 좋죠. 인기 메뉴인 아몬드크로와상은 뱅쇼와 어울려요. 빵만 먹으면 빵맛의 80% 정도만 즐길 수 있지만 어울리는 음료와 함께 먹으면 100% 맛을 즐길 수 있죠.”
아쉬운 점은 바케뜨와 어울리는 수프를 내놓을 수 없다는 점이라고. 그래서 봄이 오면 브런치 메뉴도 선보일 예정이다. “창문을 열면 네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나오거든요. 또 옥상도 있고요. 대부분의 유럽 빵이 그렇듯 오브니의 빵도 식사용 빵이에요. 빵과 다른 음식이 만나 내는 맛의 시너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베이커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오픈키친을 갖춘 오브니. 가만히 앉아서 빵을 만드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의 흐름은 잠시 잊혀진다. 시간이 멈춘 듯한 망원동에 꽤 잘 어울리는 빵집이 생겼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글·사진Ⅰ임은선 사진제공Ⅰ오브니
Add. 마포구 희우정로10길 9
Tel. 02-6053-2242
Open 11:00~21:00, 일·월 휴무
Price 크로와상 3,800원, 아몬드 크로와상 4,800원, 뺑오떼 3,800원, 클래식 바게뜨 3,800원, 뺑오누텔라 4,200원
SNS Instagram @oveny_